영웅본색 (英雄本色: A Better Tomorrow, 1986)

영화이야기

영웅본색 (英雄本色: A Better Tomorrow,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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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英雄本色 (1986)
 
 
 감독 :
오우삼
 
 출연 :
적룡, 장국영, 주윤발, 이자웅, 주보의
 
 음악 :
고가휘 

英雄本色 (1986) O.S.T

BGM : 當年情 - 張國榮 (4'54)  
 
1987년 봄. 영화의 비수기로 알려진 5월의 끝자락에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대지극장엔 <영웅본색>이 라는 낯선 제목의 홍콩영화가 개봉하게된다. "강호(江湖)의 의리(義理)가 땅에 떨어졌다" 라는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 이 영화는 값싸게 들어온 여느 홍콩영화와 다르지 않았다.

정식 개봉관 조차 잡지 못하고 초라하게 한국땅을 밟은 <영웅본색>은 곧 동시 상영관을 전전했고 의례 그렇듯 영화의 마지막 종착지인 비디오 출시를 앞두게된다. 이때만해도 이 작품이 홍콩 느와르의 시발점이 되고,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키며 전설처럼 남을줄 그 누가 알았단 말인가...

하지만 비디오로 출시된 <영웅본색>은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인기를 얻었고 그 당시 메이져 작품들을 제치고 비디오 대여 1순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한다. 결국 비디오 출시후에 재평가 받은 <영웅본색>은 동시상영관에 다시 걸렸고 그렇게 매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구창모의 '희나리'가 중국어로 쓰였다는 반가움이 우리가 <영웅본색>에 열광한 이유는 아니었다.

아마 모르긴해도 이소룡 다음으로 흉내를 많이 낸 배우를 꼽으라면 <영웅본색>으로 스타덤에 오른 주윤발을 들 것이다. <영웅본색> 전편을 통털어 그의 터프한 캐릭터에 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성냥개비를 입에문 모습이나 바바리 코트에 선글라스를 낀 모습, 그리고 쌍권총을 휘두르던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그림이 되었다. 

사실 이 작품으로 가장 인기를 얻은 배우는 주윤발(
周潤發)이지만, 그는 <영웅본색>의 주연이 아니다. 이 작품은 형제의 이야기가 기본 플롯었고, 당연히 주인공은 극중 형제로 분한 적룡(狄龍)과 장국영(張國榮)이다. 그런데도 관객은 연신 오버페이스를 남발하는 이 키큰 사내를 주목했고, 그에게 열광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주윤발 개인만을 위한 잔치상은 아니다. 주윤발 만큼이나 인기를 얻은 장국영은 남학생보다 여학생 팬이 더 많았다. 깊게 패인 쌍꺼풀과 귀공자처럼 곱상한 외모는 많은 여성팬들로부터 모성본능을 일으키게했다.

또한 강대위와 함께 왕년의 액션스타로 이름을 날린 큰 형님 적룡은 그 명성에 비해 한때는 3류 배우라는 오명까지 얻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다.

암튼.. 이들 외에도 마음씨 좋은 택시회사 사장으로 출연한 증강(曾江)도 꽤 멋진 연기를 선보였고, 시네마 시티의 차기스타로 예약되었던 이자웅(李子雄)의 비열한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유일한 홍일점 이었던 주보의(朱寶意)도 우리들에게는 예쁜누나뻘이었고 그 윗 세대들에게는 참한 신부감에 며느리 감이었다.

호금전의 동(動)적이고 아름다운 안무와, 정철의 정(停)적인 비감미가 잘 조화되어 신세대의 입맛에 맞게 내놓은 퓨전요리 같은 영화.. 바로 <영웅본색>은 선배 영화인들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며, 서극과 오우삼 두사람의 우정을 과시했던 자전적 영화이기도 하다.

말도 안되는 쌍권총에 우리가 환호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홍콩 느와르를 대표하는 중심이었기에 가능했고, 탄창을 갈아끼우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었다. 이것은 오우삼과 서극이 관객의 눈을 멀게 만든 책임도 크다.

청소년 문화가 어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던 시절, 그 쌓였던 응어리를 풀어낼 공간이 딱히 없었던 우리는 어쩌면 홍콩 영화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홍콩의 불안한 미래와 우리의 불안한 미래는 묘한 동질성이 있었고, 1980년대 홍콩영화는 그런 우리의 욕구를 충실히 채워주었다.


우리가 <영웅본색>에 열광했던 것은 단지 주윤발의 쌍권총이나 장국영의 귀공자같은 외모만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그려왔던 영웅의 모습을 그 안에서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06 blog (c) upto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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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31 영화여행  
pulto님의 제안으로 오랜만에 올리는 ost 입니다
즐감들 하세요..
예전 영화음악 위주로 올리는거 같아 요즘분들에겐 약간은 구리구리 할수있어요..^^
M pluto  
신청곡 하라 하셔서 영웅본색 생각만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ㅎ
간만에 오프닝도 찾아서 봤습니다.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 붙이던 모습... ㅎ
감사합니다.
31 영화여행  
우연의 일치인가요? ㅎㅎ
다른컴으로 이제와 확인해보니 이글루에 올려논 사진은
시간지나면 네이버처럼 액박으로 뜨네요..다른계정사이트로 사진 정정해 올렸습니다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 붙이는 모습 포인트죠 ㅎㅎ
아마..첨에 작성했을시 제컴에만 보이고 다른분들은 캡처사진이 안보였을듯 싶네요
M pluto  
텔레파시가 통했나봅니다. ㅋㅋ

사진이... 안 나오긴 했는데 또 제 컴 문제인가 해서 말을 못했어요. ㅠㅠ
지난번에도 다른 사람들은 노래 다 나오는데 저만 안 나온 거 같고..
덕분에 올만에 노래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1 Q타란티노  
명곡...
28 GodElsa  
젠장.. 눈물이 날려고 하네..
마지막 장면에 얼마나 울었는지
31 영화여행  
아직은 감수성이 풍부할 우리 엘사님 ㅎㅎ
10 flydragon  
제가 가장 많이 본 중국영화 일겁니다.
봐도 봐도 감동..음악도 멋지고...
31 영화여행  
오잉..여기 씨네씬에도 드래곤님이 출격을 하셨네
좋은영화나 음악은 두고두고 보고 들어도 질리지 않죠 ㅎㅎ
영화음악이 좋으면  그음악에 대한 영화기억이 남을 만큼 음악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