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연기 사이로 피어난 홍콩느와르

영화이야기

권총연기 사이로 피어난 홍콩느와르

1. 淺醉一生(취하는 인생) - 엽청문
  / 영화 첩혈쌍웅 ost 中

2. 焚香未來一字(내일을 알 수 없어요) - 장국영
  / 영화 영웅본색 2 ost 中

이제는 헐리우드의 메이져급 블록버스터 감독이 된
오우삼의 출세작이었던 영웅본색. (A better tomorrow)
"홍콩 느와르"라는 신조어와 더불어 주윤발이라는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 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소룡과 성룡, 쿵푸로 대변되었던 홍콩 영화는 영웅본색이
등장하면서 갱들의 이야기로 포커스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진하게 피어오르는 권총 연기 사이로 사나이들의 의리가
피 끓듯이 번졌던 장면들… 주윤발의 전매 특허가 되었던
불을 뿜는 쌍권총, 중후한 적룡의 매력, 풋풋한 반항아 이미지가
잘 어울렸던 장국영,… 그리고 훌륭한 조연들의 조화.
오우삼 감독은 영웅본색 단 한편으로 홍콩 영화의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2년 후 그 성공을 등에 업고 2편이 제작
되었는데, 처음 제작 의사를 밝힐 때만해도 사람들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1편에서 장렬하게 죽어갔던
주윤발을 쌍둥이라는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다시 등장시키는 것도
커다란 모험이었죠.

하지만 원작 만한 속편이 없다는 징크스를
깨고 2년 만에 등장한 "영웅"의 권총은 전편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고 흥행 기록도 경신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전편의 감동을
증폭시킨 느낌이었죠... 마지막 장면에서 소파에 앉아 있던
세 남자의 표정… 기억나십니까? 하지만 원작과 2편의 "영웅"신화는
결국 무리한 3편 제작으로 이어지면서 감동이 반감되었습니다.

영웅본색으로 오우삼의 영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면
오우삼 영화가 무엇인지, 권총의 미학이 무엇인지 유감없이
보여준, 그리고 진정한 남자의 의리와 사랑, 책임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 영화가 "첩혈쌍웅"(The killer) 였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을 법한 냉정한 킬러가 자신의 오발로 장님이 된
클럽의 여가수를 사랑하게 된다는 기본 구조에, 그를 쫓는 형사가
색다르게 느끼는 연민의 정이 복선으로 깔리는 영화였죠.
 킬러(주윤발)에게 살인을 의뢰하는 친구가 자신을 배신했을 때,
마지막 총알 한 발을 남겨두고 친구를 용서하는 장면, 불독같은
일자무식의 민완형사(이수현)가 킬러의 범행 현장을 바라보면서
킬러와 형사가 오버랩 되는 장면, 성당에서의 장렬한 총격전,
영웅처럼 죽고 싶었다는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 주며 마지막
총알을 쏘던 킬러…
아흐~

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영화음악들은 대부분 대작들이거나
훌륭한 음악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음악들입니다. 제가 소개해 드린
두 편의 오우삼 영화는 음악적으로 크게 내세울 수 없는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처럼, 영화음악을 듣고 있으면
항상 찌릿하고 느꼈던 그 영화의 장면들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설혹 수준이 떨어진다고 누가 머라 하면 어떻습니까?
내가 좋으면, 내가 즐거우면 되는 것을…
음악은, 모든 음악은 다 아름답습니다.

장국영이 막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면서 눈을 감았던 대목,
주윤발이 클럽에서 처음으로 엽청문을 만났던 대목,
눈을 지긋이 감으면 다시 영화가 보입니다…^^*

* 再會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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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장민근  
음악을 들으니 정말 그때의 감동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군요. 전 중학생 때 비자 테이프 구해서 봤었는데.... 나중에 하도 봐서 테이프가 늘어났던 기억이... 원래 화질도 별로였는데
1 이소영  
크헉... 오랫만에 들으니 정말 죽이는군여...
1 송기홍  
  이글을 올시신분의 감성이 그대로 와닿는군요 맞습니다 누군가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면 어떻습니까?자기가 좋으면 그만인것을 그리고 영웅본색이랑 첩혈쌍웅을 보고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것입니다....가가이 게시다면 수주한잔 기울이고싶군요.....^^
1 이종찬  
  장국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