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트랙

영화이야기

<사이더 하우스> 사운드트랙

우리말에 '궁합(宮合)'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원래 혼인을
앞둔 남녀가 사주를 오행에 맞추어 점치는 일을 뜻하는 말인
데, 흔히 어떤 사람이나 일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의미로 &quot;궁
합이 맞다&quot;고들 하지요. 영화 제작진들 사이에서도 이런 궁합
은 존재하는데, 일반적으로 감독과 배우의 단짝관계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로버트 저멕키스 / 톰 행크스' '뤽 베송 /
장 르노' '오우삼 / 주윤발' '차이밍량 / 이강생' '오즈 야스
지로 / 하라 세츠코' 등 미국, 유럽, 홍콩, 대만, 일본 등 지
역을 불문하고 '감독 / 배우'의 파트너십은 널리 알려져 있습
니다. 요즘은 이런 배우를 가리켜 '감독의 페르소나
(Persona)'라고도 하더군요.
그런데 이런 단짝관계는 감독과 영화음악가 사이에도 존재합
니다. 몇몇 예를 들어볼까요? 아무래도 '스티븐 스필버그 /
존 윌리엄스' 콤비를 가장 먼저 얘기해야 겠고… '리들리 스
콧 / 한스 짐머' '데이빗 크로넨버그 / 하워드 쇼' '데이빗
린치 / 안젤로 바달라멘티' '로버트 저멕키스 / 앨런 실버스
트리' '월터 힐 & 빔 벤더스 / 라이 쿠더' '기타노 다케시 /
히사이시 조' '에밀 쿠스타리차 / 고란 브레고빅' '뤽 베송 /
에릭 세라' '임권택 / 김수철' 등등 많은 콤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스웨덴 출신의 감독 라세 할스트롬과 <사이더 하우스>
<초콜렛> 두 작품을 연이어 함께하며 훌륭한 음악을 들려줬던
여성 영화음악가 레이첼 포트먼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1960년 영국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레이첼 포트먼은 옥스포드
음대에서 고전음악, 작곡, 오케스트레이션 등을 전공했습니
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악기를 다루는 데 재능을 보였
으며, 13세 때부터 피아노로 작곡을 시작한 후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작곡할 때는 피아노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신디사이
저나 전자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스코어들
은, 피아노를 메인으로 목관악기와 현악기 등이 함께 구성되
어, 여성 특유의 섬세함, 자상함, 부드러움 등이 잘 살아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96년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엠마>로
여성 작곡가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오리지널 스코어 부
문)을 수상하기도 했죠.

자신이 두 딸의 어머니이기도 해서인지 포트먼은 유난히 '가
족'을 소재로 다룬 영화의 음악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포트먼
이 들려주는 따뜻한 음악 속에서 에이던 퀸과 메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이 남매가 되기도 하고(<베니와 준>), 미국 이민 1세
대 중국인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조이럭 클럽>), 나무
인형 피노키와 할아버지가 함께 살고(<피노키오의 모험>), 다
이언 키튼,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가족으
로 나오기도 하며(<마빈스 룸>), 가족처럼 서로를 보살피는
드랙퀸들의 세계가 펼쳐지고(<투웡푸>), 다이언 키튼이 어머
니가 되어 언어장애가 있는 딸 줄리엣 루이스를 보호하기도
합니다(<사랑하고 싶은 그녀>).

라세 할스트롬 감독과의 첫 작품인 <사이더 하우스> 역시 '가
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영화는 뉴햄프셔의 '聖 클
리우즈' 고아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주인공 호머(토비 맥
과이어) 역시 이곳 출신의 고아입니다만, 고아원의 의사인 라
치 박사(마아클 케인)와 호머의 관계는 부자관계와 다름없죠.
라세 할스트롬은 가족을 소재로 한 성장영화였던 전작 <개 같
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등에서 스웨덴의 영화음악가
비욘 이스팔트와 함께했는데, 97년 그가 암으로 사망하고 난
후 <사이더 하우스>의 감독을 맡게 되자 같은 유럽 출신이자
역시 '가족' 영화들에서 빼어난 음악을 만들어온 레이첼 포트
먼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포트먼은 이 영화에서 그의 장기인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우고
클라리넷, 오보에 등 다양한 목관악기들을 조용하지만 힘 있
는 조력자들로 등장시킵니다. 특히 호머의 정신적, 육체적 성
장을 왈츠 리듬에 담아 묘사하는 &quot;Main Title&quot;이나, 호머의
의사수업 장면에 삽입된 섬세한 피아노 연주곡 &quot;Homer's
Lessons&quot;을 듣고 있노라면, <사이더 하우스>가 오스카에 후보
로 오른 것과 영화음악 팬들로부터 &quot;99년의 숨겨진 보석&quot;이라
는 찬사를 듣는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사이더 하우스>에 이은 작품 <초콜렛>
에서 다시 한번 레이첼 포트먼과 함께 작업합니다. <초콜렛>
에서 포트먼이 들려주는 음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
니다. 하나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2박자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으로 구성된 &quot;Main Titles&quot;를 비롯한 &quot;The Story of
Grandmere&quot; &quot;Mayan Bowl Breaks&quot; 등 몇몇 트랙들로, 북풍이
불면 어디론가 떠나려 하는 핏줄을 이어받은 여인 비엔
(줄리엣 비노쉬)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quot;Vianne Sets Up Store&quot;나 &quot;Minor Swing&quot; 등
과 같은 흥겨운 리듬의 스코어들로, 프랑스의 조용한 시골 마
을에 변화를 일으키는 비엔의 초콜렛과 루(조니 뎁)가 이끄는
집시들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quot;Vianne Sets Up
Store&quot;는 미라맥스사가 만든 <초콜렛> 홈페이지의 오프닝 음
악으로 쓰이기도 했죠. 포트먼은 이 영화로 다시 한번 오스카
에 노미네이트 됐습니다만, <와호장룡>의 음악을 만든 탄둔에
게 수상의 영광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음악을 좋
아하시는 분이라면 <와호장룡>과 함께 <초콜렛>의 사운드트랙
앨범 역시 소장 목록에 추가하셔야 할 '수작'입니다.


▶음악가: Rachel Portman
▶출시: Sony Classical ▶러닝타임: 40분43초

1. Main Titles 2. Homer's Lessons 3. Young Girls Burial
4. Homer Asks Wally for a Ride5. Homer Leaves Orphanage
6. The Ocean 7. The Cider House 8. Wally Goes Off To War
9. Lobster Dinner 10. Burying Fuzzy
11. Homer & Candy on the Dock 12. Rose Rose is Pregnant
13. Abortion 14. Pickers Leave 15. Dr. Larch Dies
16. Homer Returns to the Orphanage
17. Good-Night, You Kings of New England 18. End Credits 

* 再會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27 10:47)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4-30 15:29:43 추천 O.S.T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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