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줄기 희망 <트래픽> 사운드트랙]


어찌되었든 스티븐 소더버그는 난 사람임엔 분명하다. 28살에 칸국제영
화제에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 and Videotape"
라는 데뷔작으로 최연소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화려한 데뷔를 하더니 쉽
게 메이져 영화와 타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를 만들며
비평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가 하면 "조지 쿨루니의 표적Out of
sight"으로 메이져에 훌륭하게 안착, 결국 2000년엔 에린 브론코비치
Erin Brockovich 와 트래픽Traffic 이 두 편의 영화를 아카데미 작품상
부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해놓고 말았다.

본의 아니게 이렇게 된데는 트래픽Traffic의 제작을 놓고 메이져 영화
사들이 마약이야기에, 영어 자막을 넣어야 하고 선악구조가 불분명하다
는 이유를 들어 그다지 장사가 될 것 같지 않다고 하는 통에 독립영화
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이유가 어찌되었든 에린 브론코비치나 트래픽,
둘 다 정말 잘 만든 영화임엔 분명하니 이 어찌 난 사람이 아닐까?

토마스 뉴만Thomas Newman이 음악을 담당한 에린 브론코비치와는 달리
트래픽은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었던 스티븐 소더버그의 거의 모든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클리프 마르티네즈Cliff Martinez가 오리지널 스코어
를 작곡했다. 잠깐 클리프 마르티네즈라고? 콘서트에서 홀딱 벗고 라이
브로 연주해 대던 80년대 말의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그 클리프? 맞다. 멤버이자 친구인 기타리스트의 헤로인 과
용으로 팀을 떠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드러머가 바로 이 영화의 사
운드트랙을 작곡한 사람이자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영화들의 대부분
을 작곡해 낸 음악적 파트너, 클리프 마르티네즈이다. 최근 칼리포니아
Callifonia로 새롭게 부상한 늙어버린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멤버는
절대 아니지만 그는 영화음악가로써 꾸준히 활동하여 "볼륨을 높여라
Pump up the Volume"같은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80년대 말 영국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트래픽의 OST는 그 주제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어두움만큼이나 무겁게 구성되어 있는 클리프 마르
티네즈의 오리지널 스코어와 몇 곡의 테크노와 트립 합으로 컴필레이션
되어있다. 클리프가 작곡한 오리지널 스코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황량한
멕시코의 느낌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우울함을 연주해내고 있는데 무거
운 드럼소리의 반복적인 울림은 각 스코어의 제목과 함께 복잡하게 얽
혀있는 여러 주인공들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컴필레이션된 OST의 후반부는 클리프의 스코어와 비교하면 의외일정도
로 발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주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재즈피아니스트 허비 행콕 Herbie Hancock의 일렉트릭 키보드
연주인 "The Police Won't Help You Find Your Car"나 베토벤의 Piano
Sonata No. 1의 경우도 그러한데 각각의 곡의 구성이나 느낌은 다르지
만 영화 속에서는 서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있다.

Morcheeba-Fatboy slim-Kruder and Dorfmeister Sessions-Brain ENO로
이어지는 Techno, Trip-hop 컴필레이션 또한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클리프의 오리지널 스코어와 하나로 이어지는데 모치바Morcheeba의 여
성보컬이 들려주는 나른한 트립 합Trip Hop에서 컴필레이션의 왕자
Fatboy slim의 강렬한 비트를 지나 낮은 목소리로 읖조리는 Kruder and
Dorfmeister Sessions, 그리고 Brain ENO의묘한 Ambient Techno
"Ascent (An Ending)"로 마무리지어지는 구성은 각각의 곡의 연주법이
나 장르는 서로 달라도 크게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된다. 비록 아카데미 OST부분에 후보로 오르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만큼이나 일관성있게 구성된 OST 또한 대접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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