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윌비 블러드 (8.7) - 유정 시추로 인한 한 남자의 희로애락을 뛰어난 내면 연기, 조밀하고 다채로운 연출, 깊고 진한 메시지로 그려낸 수작. 작품이 시작하자마자 10여분동안 대사 한마디 없는 데서 '아, 이 영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인상을 풍겼고 뒤따라오는 수많은 롱테이크샷, 인물의 감정을 3인칭스러우면서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와이드샷+후시 녹음 연출, 담백하고 여유가 넘치는 생활 연기부터 극화적이지만 거부감보다는 애달픔을 더 자아내는 울분, 증오, 오열 연기는 길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이런 부류의 일대기 영화가 지닌 전형적인 흥망성쇄 클리셰를 탈피해 쿨하고 깔끔하면서도 뭔가 여한이 남는 결말까지 보여주는 게 참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진국이었다.